군남의 글/삶의 이야기

[스크랩] 달마도의 명인

군남 2018. 1. 13. 01:48

칠보산 자락에 작은 초막을 짓고 수행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한때 달마도에서 기가 나온다며 유행했던 시절이 있었지요.   달마도를 벽에 걸었더니 수맥파가 없어졌다며 방송에도 나왔었지요.   그것을 본 순간 영감이 떠올랐고 그때부터 달마도를 그리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달마도를 그리며 항상 정갈한 마음자세로 임했는데 달마도를 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마음이 편해지더라고 합니다.   찾는 사람들이 생기다보니 더욱 마음을 가다듬게 되었다고 합니다.   쉽게 그려서는 안된다는 철학을 갖게 된 것이지요.   마음이 일지 않으면 붓을 들지 않습니다.


그렇게 20년이 훌렁 지난 것이지요.   가끔씩 찾는 사람들에게 그려주니 사례를 하겠다고 합니다.   그냥 가져가라고 하면 '공짜로 받으면 안된다'며 봉투에 담아 얼마씩 주고 간다고 합니다.   그렇게 근근히 살림살이를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지요.   가끔씩 서울에서 찾아오는 중년 부인들이 부탁하면 크게 그려주나 봅니다.   예를 갖추는 마음으로 200~300만원씩 놓고 가는 사람도 있구요.   사나운 운세를 피하고 싶다며 부적을 그려달라는 사람들도 있구요.   어려운 형편으로 보이는 사람들에게는 역시 그냥 가져가라고 합니다만 슬그머니 봉투에 담아 5만원씩 놓고 가는 사람들도 있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정성을 다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을 수 없겠지요.


얼핏보면 작은 창고처럼 보이는 허름한 초막입니다.   언젠가는 소문듣고 찾아왔다며 어떤 스님이 왔더랍니다.   초막에 들어서자마자 꼼짝 못하고 굳어 버리더랍니다.   안절부절하며 뒷걸음질 치기에 가 물었더니 달마도에서 강한 기가 뻗쳐오더라며 자신의 행색을 털어놓더랍니다.   한마디로 착하지 못한 스님이었지요.   붓을 들어 멋진 달마도를 그릴 수는 있지만 이처럼 좋은 기운을 담은 그림은 쉽지 않지요.   배운 것은 없습니다.   오직 혼자 연구하며 떠오르는 영감대로 그림을 그린다고 합니다.   찾아 온 사람을 보면 이 사람에게는 어떤 그림이 좋겠는가 하는 영감이 온다고 합니다.   어제 문득 생각이 나기에 오후에 전화를 해 그동안의 안부를 주고 받았지요.


특이할 것이 없는 평범한 일반인입니다.   누가 보더라도 그렇게 보입니다.   그러나 마주 보고 앉아 진지하게 대화를 하다보면 쉽게 느낄 수 없는 포스를 접하게 됩니다.   근엄하지도 않은데 쉽게 접할 수 없는 기운이 강렬합니다.   젋은 시절에 강원도를 자주 다닐 때 심심해서 선물받은 불경을 틀어놓고 운전을 하다보니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다 외워졌다고 합니다.   불교신자도 아닌 사람이 읽는 불경소리에 스님들도 놀란다고 합니다.   음의 높낮이에서 발현되는 파동의 비밀을 스스로 터득한 셈이지요.   어릴적부터 남다른 면은 있었지요.   이것 저것 하던 사업도 묘하게 풀리지 않게 됩니다.   그래서 욕심을 버리고 마음 편하게 살기위해 여러가지 궂은 일도 해 보았지요.


이 과정에서 욕심이 부르는 화를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욕심을 부리다보면 과욕으로 발전합니다.   나중에는 걷잡을 수 없는 늪으로 향한다는 것을 모르게 되지요.   늪에 깊이 빠져 허우적거릴 때 비로소 욕심이 넘쳐 스스로를 힘들게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지만 평범하지 않은 인생입니다.   그렇지만 삶의 늪에서 헤매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는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합니다.   가끔씩 찾아오는 사람들로부터 몇 푼씩 받아 근근히 살아가기는 하지만 세상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 생각하니 보람을 느끼게 된다고 합니다.   금년부터 조금씩 잘 다듬어 작품활동을 하는 부부작가로의 면모를 갖추면 좋겠습니다.   부인은 서양화를  그리는 화가입니다.  


술술술 잘 풀리는 무술년의 기운을 잘 받으면 좋으리라 봅니다.

출처 : 샘바다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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