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남의 글/삶의 이야기

[스크랩] 고마운 어머니?

군남 2017. 8. 26. 11:54

"말씀 드리기 부끄럽지만 어머니때문에 창피해 죽겠어요..."


"왜?  미쳐 날뛰고 다니니 네 체면이 말이 아니다 그거 아냐!!!"


"......."


허물없이 지내는 후배의 고민상담이니 앞뒤 가릴 것 없이 이렇게 대화는 시작되었다.


어릴때는 그냥 그런가 보다 싶었는데 이제 꽤 폼나는 회사에 취직도 했고 결혼해서 자녀도 낳았는데 지금도 어머니가 거의 매일 깃발 들고 다니며 흔들고 고래 고래 소리 지르고 다니니 남 보기 부끄럽다는 고민이라고 한다.   어머니의 수첩에는 누구 누구 재판일정이 빼곡히 적혀 있다고 한다.


혹독한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날마다 여기 저기 다니며 하루종일 흔들고 소리지르며 다녔다고 한다.   새벽은 물론 틈만 나면 골방에서 통성기도를 하는 모습을 본 딸이 '할머니 왜 저래요?'라 묻는데 할 말이 없는것은 당연할 것이다.


마누라는 하루이틀도 아니고 몇 년을 저러는 꼴을 더이상 못 참겠다며 이사를 가든 이혼을 하든 하나를 택하라고 성화를 부리니 자기도 더이상 참지 못할 것 같다고 한다.   하나 남은 어머니를 갖다 버릴수도 없는 그 심정은 오죽하겠는가.


"생각을 바꾸면 편할 것이다.   그래도 네 어머니는 건강하잖아.   암세포도 없을 것이며 홧병은 당연히 없을 것이다.   잘 살펴봐라.   건강한 몸은 기본이며 목소리도 낭랑할 것이다.   좀 더 관찰을 하면 마치 라듸오방송에 나오는 성우 못지않을 정도로 목소리는 좋을 것이다....."


"그러고보니 그건 그러네요......"


"지금은 정신 빠져서 마치 미친년처럼 뛰어다니며 흔들어대고 그러는 모습이 부끄러울 것이다.   그래도 이상한 질병에 걸려 수 백~ 수 천만원씩 날리는 병원치료비는 들지 않으니 다행한 일이다.   세상에는 스스로 병을 만들어 돈 없이 치료 못 받는 환자들이 넘쳐나고 있다..."


"지금까지 어머니는 병원 근처에도 가지 않을 정도로 건강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   예전에는 믿으라고 지하철을 돌아다니며 깃발을 흔들고 떠들어 댔잖아.   요즘은 지하철에서 뭘 믿으라고 떠들지 못하도록 단속을 하고 있거든.   떠들던 사람의 입을 막으면 홧병으로 곧 죽어버리는 거야.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떠들고 다닐 여건이 생겼으니 좀 낫잖아...."


"좀 아이러니하지만 그건 그러네요..."


"또 누군가가 차비도 주며 밥도 먹여주잖아.   그러니 예전보다는 훨씬 낫지 않냐?"


"그러고보니 집에서 차비,밥값 등 용돈 달라고 안한지 꽤 되었네요..."


"그래.   뭣이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좋은거야.   지금은 정신 빠져서 저렇게 흔들며 날뛰고 다닌다며 남들이 흉 보면 더욱 부끄러울거야.   그렇지만 우선 건강은 좋으니 다행스럽게 여기는게 좋을거야.   나중에 정신 차리면 동화책을 읽도록 조심스럽게 권유를 해 보아라..."


"무슨 말씀인지..."


"남들은 미쳐 날뛴다고 할거야.   그렇지만 그런 동작을 좋게 말하면 진동요법이다.   자율진동을 하면 건강에 좋다고 하잖아.   또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것은 소리공 또는 소리기공이라고 한단다.   동시에 목청이 뻥 뚫리거든.   소리하는 사람들은 목구멍에서 피 터지도록 훈련을 한단다...."


"그렇다면..."


"그래 맞아.   내가 환자들에게 진동,소리기공을 아무리 좋다 권하더라도 하는 사람이 없거든.   소리만 잘 지르더라도 있던 암덩어리도 목구멍으로 터져 나오며 회복되거든.   이런것을 수 백 ~수 천만원씩 받고 가르치는 사람들도 있단다.   그런데 너는 돈 한푼 들이지 않고 수업을 받는거야."


"그런것도 있나요?   그러고보니 얼핏 들어 본 것도 같네요...."


"목소리까지 잘 다듬어지니 제 정신 돌아오거든 동화책을 읽으며 손주들과 놀도록 하면 아주 좋을거야.   일단 손주들에게 인정받으면 주위의 어린이들에게 동화책 읽으며 춤도 추는것을 해 보도록 해라.   이게 알려지면 여기 저기에서 강의요청이 올거야.   최고의 직업이 될거야...."


"말씀 듣고보니 후련합니다.   생각을 바꾸면 그렇게 되는군요.   벌써 여기 저기 다니며 강의를 하는 멋진 어머니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알고보면 통성기도라는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군요.   소리치는 것도 그렇구요.   하여간 늙었어도 밥 잘 먹는 어머니를 보니 알겠네요.   속이 후련합니다..."


"또 하나 있다.   돈 열심히 벌어둬라.   만일 네 어머니의 정신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너와 너의 가족의 행복을 위해 어쩔 수 없는 결단을 해야할 때가 올것이다.   그때는 과감히 요양원 등 그런 시설로 보내거라.   그런 사람들끼리 모여 사는 시설로 보내면 된다.   냉정히 판단하고 과감히 실행해라."


"알겠습니다.   이제 모든 해법이 나왔으니 실행만 하면 되겠네요.    덕분에 모든 근심이 사라졌으니 통쾌합니다.   지금까지도 참았는데 조금 더 못 참을 이유가 없지요.   이제부터 생각을 확 바꾸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삼담료 백만원인데 사례금 100만원을 더 얹어주고 가볍고 상쾌한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니 뿌듯하다.   며칠 후 전화가 왔는데 부인도 속이 후현하다며 초대해서 맛있는 갈비를 대접하자는 부인의 인삿말을 전해왔다.   돈 벌고 맛 좋은 갈비도 얻어먹고 모두의 후련함으로 일과가 이어진다.


- 건강소설의 한 대목입니다.   건강소설은 이정도로 써야 잘 팔리지 않을까요...?


출처 : 샘바다문화연대
글쓴이 : 군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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