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남의 글/삶의 이야기

'신의 손' 이야기 한 토막

군남 2015. 7. 4. 02:35

십여 년쯤 전에 경기도 이천에 '신의 손'이라는 소문이 있었지요.   의술을 전혀 모르는 문외한이었는데 병원에서도 못 고치는 어머니의 오랜 지병때문에 화가 나 침술 책 한권을 샀답니다.   한번도 만져본 적이 없는 침 한 뭉치를 사 책을 보고 자신의 몸에 막 꽂아봤지요.

 

어디에 꽂으면 어떤 반응이 오는지 최대한 감각을 살려 느껴 봅니다.   그토록 정성을 들였건만 어머니를  잃고 맙니다.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슬픔 그리고 어머니의 병을 고치지 못한 자신에게 무지하게 화가 났을 겁니다.

 

이후 책을 접고 침 하나를 잡고 오랜 시간동안 생각에 젖어들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날 침 끝에서 번갯불이 번쩍이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랍니다.   다시 침을 잡고 있다보니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빛과 함께 번쩍거리는 빛을 보게 됩니다.  이후 침만 잡으면 그런 일이 생깁니다.

 

주위 사람들에게 침을 하나씩 꽂아 봅니다.   신기할 정도로 잘 낫습니다.   어떤 환자는 침을 꽂자마자 까무라칩니다.   이후 걷지도 못하던 사람이 벌떡 일어나 갖고 왔던 지팡이도 버리고 갑니다.   휠체어를 타고 왔던 사람도 내동댕이치고 걸어 갑니다.

 

이런 일이 잦으면서 환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룹니다.  또 의사들도 여기저기에서 소문 듣고 찾아 옵니다.   지역사회의 유명인사들도 침 하나씩 맞고 정중하게 예를 갖추어 인사드리고 돌아갑니다.   의사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세상 살 맛이 난다며 기뻐합니다.

 

자신들은 그 어떤 질병에 걸려도 안심할 수 있다며 기뻐합니다.   건강염려를 잊은 그들은 열심히 일하며 행복하게 잘 살아 갑니다.   소문의 꼬리는 길어집니다.   서울에서도 몇 시간씩 달려가 침 하나씩 맞고 돌아옵니다.   좁은 방은 앉을 틈이 없어 밖에 줄 서서 기다립니다.

 

그러던 어느날 이변이 일어났습니다.   무면허의료행위를 한다며 보건소에 신고가 들어갑니다.   환자를 고쳐주는 것이 법에 저촉된다는 사실도 모르며 병 나은 사람들이 즐겁게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보람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무자격 침술행위라며 신고되었다는 소문이 삽시간에 이천 시내를 벌집 쑤신 것 처럼 소문이 납니다.   의사들도 깜짝 놀라 '우리 선생님을 신고한 녀석이 어떤 녀석이냐?'며 분기탱천합니다.   의리로 똘똘 뭉쳐진 정의의 사나이라 소문난 경찰관이 분노를 참지 못합니다.

 

당장 신고한 한의사를 쫓아갑니다.   "너 이 개쉑히...절대 가만두지 않겠다!"며 노발대발합니다.   아무도 모를줄 알았던 그 한의사는 시퍼렇게 질려 덜덜덜 떨며 움직이지도 못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한의원에 전화로 항의합니다.   성질 급한 사람들은 쫓아가 성화를 부립니다.

 

훌륭한 치유사가 있으면 마치 자기 영업에 손실을 끼치는 것으로 착각하는 의료인들이 가끔 있습니다.   자기 영업과 전혀 무관하다는 것을 잘 생각 해 보면 아는데 말입니다.   '사촌이 논 사면 배 아프다'는 속담이 사실인가 봅니다.

 

이후 그 한의원은 어디로 이사갔는지 소식이 끊겼지요.   당시 큰 화제거리가 되었던 사례입니다.   사람들은 그분의 손을 '신의 손'이라 불렀답니다.     그분도 이후 침을 버렸습니다.   침 대신 재미삼아 젓가락 또는 손가락으로 환부를 살짝 눌러줍니다. 

 

정성은 하늘이 알고 땅이 알며 사람이 압니다.  환자를 꼭 고쳐주고 싶어하는 간절한 정성은 하늘을 감동시킵니다.   또 자신의 병을 고치려는 간절함은 훌륭한 치유사를 만납니다.   진실한 마음, 간절한 정성으로 못 고칠 병이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