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을 풀어내는 소리 - 시벌노미
한숨이야기를 적다보니 문득 떠오르는 모습이 있습니다. 몇 년전에 수기요법 단체에서 자율진동 및 기수련 특강요청을 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사람들 앞에 잘 서지 않으려는 수줍음이 많던 시절이지만 전국 각지에서 모인 경락 샵 원장들의 요청을 거절하기 어려웠지요.
팬션의 장소가 좁아 거실,큰방,주방에까지 빼곡히 찬 수십 여명의 수기요법 전문가들앞에서 자율진동의 원리를 가볍게 설명한 후 실습으로 들어갔습니다. 95%가량이 중년 여성들입니다. 그 단체의 회장도 멋진 여성입니다. 불과 5분도 안되어 몇 명이 진동을 시작합니다.
그렇게 시작된 진동이 전체에게서 반응이 나타납니다. 그 가운데 5~6명은 아주 격렬합니다. 몸부림치듯 합니다. 울며 불며 난리가 납니다. 곁에서 함께 하던 여인들도 따라 울기 시작합니다. 금새 울음바다가 되었습니다. 구경하던 사람들도 눈시울을 붉히며 눈물을 주루룩 뚝뚝 떨어뜨리기도 합니다.
자율진동을 리드하던 저도 사실 눈물이 왈칵 했지만 억지로 참느라 힘들었습니다. 몇 사람에게서 맺힘이 동시에 터져나오는 그 파장은 전체의 감정을 자극한 것입니다. 앉아서 두 다리를 흔들며 몸부림치는 여인들의 모습이 선합니다. 가슴을 주먹으로 쿵쾅거립니다.
'시벌노미 시벌노미......' (한을 풀어가는 소리)
격렬했던 몸부림이 진정되면서 깊은 한숨을 몰아쉽니다. 안정되어져 가며 뱉어내는 입소리가 '시벌노미 시벌노미...'였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욕설은 좋지 않은 것이라 점잖게 항변하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 나쁜 사람입니다. 자신의 마음을 깊이 숨기며 점잖은 모습으로 위장한 이기적인 사람입니다.
상당히 많은 경락,피부관리 등 샵을 운영하는 여인들의 깊은 내면의 모습까지 보게 되었습니다. 겉으로 보였던 겉모습이 벗겨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이로부터 이들의 삶을 마음으로 살펴보고자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래서 수기요법을 하는 여인들을 깊이 생각하는 것입니다.
보통 오전 10시를 전후해서 샵으로 출근합니다. 손님이 많으면 많은대로 바쁩니다. 없으면 짜증스러운 시간으로 하루를 보냅니다. 밤 늦게 퇴근해서 남편과 아이들의 일과를 점검합니다. 청소,설겆이 등 일손을 마치고 잠자리에 듭니다. 새벽부터 남편,아이들 출근을 준비합니다.
하루종일 스트레스를 받습니다만 그 누구 하나 자신에게 위안을 주는 사람은 없습니다. 남편은 남편대로 짜증을 부립니다. 자녀들이 부리는 짜증은 그래도 이해를 합니다. 자신을 안아줘야할 남편마저 엉뚱한 오해를 하기도 합니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술 한잔에 노래방을 다녀온 것 뿐인데 말입니다.
지방의 샵 원장들의 깊은 속사정을 들어보곤 했습니다. 부끄럼없이 뱉어냈지만 이후 거리감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속을 다 보였다는 부끄럼이 생긴다는 것을 이해합니다. 수기요법을 가르치는 단체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제가 그들과 손잡지 않은 이유가 이런 부분들입니다.
그들과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그런 저런 이야기들을 오프라인 모임에서 제가 하는 겁니다. 가르치는 사람들은 배우는 사람들이 현장에서 직접 활용할 수 있는 것을 가르쳐야 합니다. 어려운 용어를 써가며 지식자랑하는 것을 줄여야 합니다. 10시간 강의에 지식이 5~6시간이라면 꼭 필요한 알맹이만 전하는 5시간으로 해야 옳다 봅니다.
많은 시간동안 듣다보면 혼돈속에 빠져 써 먹을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것을 노리는 강사들도 있습니다. 그래야 다음에 또 배우러 돈 들고 온다는 것이지요. 제 친구들 가운데 박사급들이 왜 없겠습니까. 명문대학 출신 박사부터 중국의 어리버리한 중의학박사까지 다양합니다.
이들의 강의스타일에서 저와 충돌이 일었던 부분이 그것이었습니다. 평생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으로 끌고 가려는 시스템을 갖춘 수기요법 단체의 방향을 바꿔야 합니다. 끌려다니고 있다는 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알면서도 '혹시나'하는 궁금증때문에 또 끌려 갑니다. 그렇게 10년을 끌려다니다 정리한 사람도 봤습니다.
끌려다니려거든 알고 끌려 다녀야 합니다.
건강,행복으로 안내하는 길